[김기자의 V토크] 코트의 '블랙 팬서' 현대캐피탈 다우디



우간다에서 온 현대캐피탈 다우디. 다우디는 "음식도 입에 잘 맞지만 아직 매운 것은 적응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불닭을 먹었는데 힘들었다"고 웃었다.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날랜 움직임, 고무공 같은 탄력. 코트 위를 흑표범처럼 날아다니는 '우간다 특급'이 왔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반격을 이끌고 있는 다우디 오켈로(24·2m1㎝)다. 지난달 29일 천안에 위치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다우디를 만났다.

지난해 V리그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3일 현재 5위(6승 7패)다. 전체 일정 3분의 1이 조금 넘은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이유는 있었다. 최태웅 감독이 그토록 데려오고 싶었던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쿠바)가 부상으로 2경기 밖에 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토종 에이스 문성민도 왼 발목 인대를 다쳐 3주간 결장했다. 최태웅 감독도 "올 시즌은 초반이 힘들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랬던 현대캐피탈이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OK저축은행전, 28일 대한항공전을 연달아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겼다. 지난 1일 대한항공과 리턴 매치에선 0-2로 뒤지다 5세트까지 간 뒤 아쉽게 패했다. 이전 10경기에서 승점 11점을 얻는 데 그쳤지만, 세 경기만에 7점을 거둬들였다.



지난달 28일 대한항공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다우디. [뉴스1]





반등의 구심점은 새로 영입한 다우디다. 다우디는 3경기에서 64점을 올렸다. 특히 리그 선두인 대한항공과 첫 경기에선 68.75%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보이며 25득점을 기록했다. 탄탄한 몸에서 나오는 점프력을 앞세워 360㎝ 높이에서 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척척 꽂아넣었다. 긴 팔을 살린 블로킹 능력도 탁월하다. 국내 최고 블로커인 신영석(33)과 다우디가 함께 전위에 서면 상대 공격수가 때릴 곳이 없다. 마블사 최초의 흑인 수퍼 히어로 '블랙 팬서'와 닮았다는 이야기에 다우디는 "그런가? 기분좋다. 나도 블랙 팬서를 좋아한다"고 웃었다. 다우디는 "이제 시차에 적응했다. 사실 처음엔 잠을 잘 못잤는데 해결됐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긴 하지만 휴식을 취하면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다우디는 우간다 출신이다. 2016-17시즌 OK저축은행에서 뛴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모로코) 이후 두 번째로 아프리카에서 온 선수다. 우간다에서 배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은 공동 108위로 한국(24위)보다 훨씬 낮다. 아프리카에서도 10위 이내에 들지 못한다. 우간다에서 인기 있는 종목은 축구, 그리고 다음이 농구다. 다우디는 "축구를 제외하면 다른 종목은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우디도 처음부터 배구를 한 건 아니다. 13살 때 육상(단거리)과 농구를 시작했다. 다우디는 "6년 동안 농구를 했다. 그러나 거친 몸싸움이 싫었다. 부상을 자주 입었는데 우간다의 의료시설이 좋지 않아 선수 생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참에 눈을 돌린 게 배구였다. 그는 "대학 때 배구를 시작했다. 농구 코트 옆에서 배구 팀이 훈련했다. 배구는 상대 팀 선수가 반대 진영에 있고, 내 점프력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프리카 동부의 우간다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다. 다우디는 "사파리, 클라이밍을 즐기려는 여행객이 많은 나라다. 치안도 좋고, 아프리카에선 가장 많은 금융투자가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근대화를 진행했던 20세기 중반 한국과도 비슷하다. 대가족이고, 부계 중심 사회다. 다우디도 9남매다. 프로 생활을 늦게 시작한 것도 학업을 마치라는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운동을 하면서, 사회행정학을 전공했다. 다우디는 "프로 선수가 될 거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만약 스카우트되지 않았다면 공무원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하지만 다우디의 재능은 묻히지 않았다. 아프리카 지역 대회를 보러온 현재 에이전트가 다우디를 보고, 유럽행을 권유했다. 다우디는 2016년 11월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불가리아로 혼자 건너갔다. 다우디는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내가 원했다. 남자로서 청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배구를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다우디는 빠르게 기량이 늘었고, 좀 더 수준이 높은 터키 리그까지 갈 수 있었다.

다우디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옵트아웃(일정 금액 이상 이적료를 제시할 경우 보내주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구단도 다우디에 눈독을 들였으나 포기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4명의 구단 직원을 보내 선수와 구단을 설득했다. 결국 적지 않은 이적료를 지급하고 데려올 수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주(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와 직원들이 결재라인 없이 직접 소통해 원활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다우디도 한국행을 흔쾌히 결정했다. 연봉을 포함한 한국 리그의 처우를 잘 알았고, 자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다우디는 "쉽지 않았을 텐데 통역까지 와서 나를 데려가는 데 대해 감사했다"며 "터키 리그도 상위 팀을 제외하면 아주 시설이 좋진 않다. 현대캐피탈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체육관,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 등이 환상적이다. 갈라타사라이에서 뛸 때도 관중이 많았지만 한국은 훨씬 열정적이다. 천안 팬들의 열기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농구 선수 출신이었던 다우디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뒤늦게 배구를 시작했다.






다우디는 배구를 시작한 지 5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게 서브, 그리고 팀 수비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다. 다우디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야간 훈련도 묵묵히 수행하면서 팀에 녹아들고 있다. 다우디는 "처음 농구에서 배구로 바뀔 때 어려운 점이 로테이션이었다. 로테이션 때 서는 위치도 우간다에서 배운 것과 달랐다. 팀이 원하는 데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훈련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윌리(세터 이승원의 영어 이름)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성실하고, 한국 배구를 이해하려는 태도도 좋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선수들이 V리그를 선호하는 건 좋은 처우뿐 아니라 경력을 쌓아 상위 리그에 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우디에게도 '더 큰 무대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를 물었다.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선수로서 큰 무대를 꿈꾸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 자신이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다.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곳에서 뛰더라도 실패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현대캐피탈에서 뛰는 게 행복하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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