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도시인 100명 중 3명은 기생충과 '불쾌한 동거'

회충 많으면 장폐색증 유발
민물 회로 감염되는 간흡충
담도암 원인 1급 발암 생물

중증 질환의 씨앗 기생충 감염증







기생충은 사람의 몸속에서 들키지 않고 살아가려 애쓴다. 사람의 몸에서 자신이 살 ‘집’과 ‘먹이’를 얻고 알까지 낳으며 종족을 번식시킨다. 사람과 기생충 중 기생충만 유리한 구조여서 공생이 아닌 기생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펼쳐 온 기생충 박멸 사업 덕에 기생충 감염률이 84.3%(71년)에서 2.6%(2012년)로 떨어졌다. 하지만 낮은 감염률이 기생충 관리에 조금 소홀해져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기생충은 여전히 박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많이 감염되는 기생충은 뭘까.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기생충 감염병 중 ▶간흡충증 ▶폐흡충증 ▶장흡충증 ▶회충증 ▶요충증 ▶편충증 등 6종을 ‘법정 감염병’(4급)으로 지정했다. 법정 감염병은 한국인의 ‘다빈도’ 감염병이라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등급에 따라 이들 감염병을 관리·감시한다.

기생충 감염증은 도심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양종인 교수팀이 2003~2013년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도심 거주자 9만9451명의 대변 샘플 검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수검자의 3.4%(3342명)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 이들에게서 발견된 기생충은 간흡충(1.5%), 장흡충(0.95%), 편충(0.85%), 회충(0.14%) 순으로 많았다. 71년 ‘제1차 전국 장내기생충 실태조사’에서 편충(65.4%)과 회충(54.9%)이 가장 많았다는 점과 비교된다. 양 교수는 “많이 감염되는 기생충 종류가 달라졌다는 건 생활습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기생충 종류 따라 구충제 달라
흔히 1년에 한 번 약국에서 구충제를 사 먹으면 기생충 감염증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 여긴다. 과연 그럴까.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파는 구충제는 ‘알벤다졸’ 성분으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하지만 알벤다졸로 죽는 기생충은 제한돼 있다.

기생충은 생김새에 따라 ‘선충류’와 ‘흡충류’ 등으로 나뉘는데, 알벤다졸은 이 중에서 선충류에 효과가 있다. 선충류는 몸매가 실(線)처럼 길고 가느다란 기생충이 해당한다. 법정 감염병을 유발하는 기생충 6종 가운데 회충·요충·편충이 선충류다. 회충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가벼운 위장 증상, 영양장애부터 심하면 장폐색증까지 유발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편충증도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많은 수에 감염되면 복통, 만성 설사, 빈혈, 체중 감소 등이 생길 수 있다. 요충증은 주로 어린이에게 항문 주위 가려움증, 피부 궤양 등을 유발한다.

알벤다졸은 선충류의 먹이인 포도당의 공급을 차단해 선충류를 굶겨 죽인다. 흡충류는 ‘프라지콴텔’이라는 전문의약품으로 잡을 수 있다. 흡충류로부터 칼슘을 빼내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홍성태 교수는 “흡충류 감염 시 알벤다졸 복용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흡충류는 기생 도구인 ‘흡반’(빨아들이는 기관)이 있고 선충류보다 넓적하다. 법정 감염병 유발 기생충 중 간흡충·폐흡충·장흡충이 속한다. 이 중 치명적인 기생충이 간흡충이다. 간흡충은 담도에 상처를 내면서 무기력증·복통·소화불량 등 증상을 유발한다. 심해지면 담도염, 담도성 간경변, 담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간흡충은 담도암 유발 1급 발암 원인 생물체다. 장흡충증은 설사, 복통, 고열, 복부 불쾌감, 소화불량, 식욕부진, 피로감을, 폐흡충증은 심한 기침, 피 섞인 쇠녹물색의 가래, 흉통,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 흡충류의 주된 감염 매개는 민물고기다. 평소 민물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검진 때 기생충 알 검사를
몸속 기생충 존재 여부는 간단한 검사로 알 수 있다. 단국의대 기생충학교실 서민 교수는 “건강검진 시 대변 검사 항목에 충란(기생충 알) 검사가 포함돼 있으면 기생충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사람 몸속에서 알을 낳고 이를 번식시키기 위해 대변과 함께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단, 건강검진 시 모든 채변 검사에 충란 검사가 포함된 건 아니다. 포함 여부는 해당 건강검진 기관에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다. 건강검진이 아니더라도 충란 검사는 가까운 병·의원에서 따로 받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시혜진 교수는 “의사의 판단으로 환자의 증상이 기생충 감염증으로 의심되면 혈액·대변·소변·담 또는 다른 감염 조직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몸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몸 밖에서도 붙어산다. 옴진드기·머릿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옴진드기가 유발하는 옴은 전염력이 강하다. 옴진드기는 피부 각질층에 굴을 만들어 기생하는데, 전신에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환자의 피부와 맞닿은 옷·수건·이불 등을 활보한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희주 교수는 “요양시설을 다녀온 뒤 온몸이 간지럽다면 옴진드기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옴은 퍼메트린 크림을 전신에 발라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머릿니는 전 세계적으로 근절되지 않은 피부 기생충이다. 이대서울병원 피부과 이민영 교수는 “머릿니는 피레트린·린단 용액을 모발에 발랐다가 헹구는 방식으로 없앨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생충의 오해와 진실
X 알벤다졸을 챙겨 먹으면 안심?
구충제 중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알벤다졸’(성분명)은 회충·편충·요충 등 ‘선충류’를 죽인다. 흡충류를 죽이지는 못한다. 흡충류는 전문의약품인 ‘프라지콴텔’(성분명)로 치료할 수 있다.

O 사람을 조종하는 기생충도 있다?
기생충도 중추신경계가 있어 판단력이 있다. 똑똑하기로 유명한 톡소포자충은 사람 몸속에서 살다가 고양이 몸속으로 이동해 교배한다. 숙주(사람)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만들어 고양이를 키우게 유도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X 기생충이 많으면 살이 빠진다?
기생충이 몸 안의 음식물을 대신 먹어 살이 빠질 것이란 기대감에 ‘기생충 다이어트’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기생충은 ‘소식’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에겐 하루에 밥알 2~3톨 정도면 충분하다.

X 기생충은 온몸 곳곳을 돌아다닌다?
기생충은 주인에게 들키지 않게 조용히 지낸다. 숙주에게서 집과 먹이를 얻어내는 게 기생의 목적이다. 자신이 오래 정착할 곳 한 군데를 찾은 뒤 에너지를 얻고 알을 낳아 사람 몸 밖으로 배출해 번식하는 게 목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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