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남성 치명률이 2배···美연구팀은 호르몬에 주목했다



지난달 22일 태국 방콕 밤라스나라두라 감염병연구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1개월 영아를 간호사가 안고 있다. 로이터=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출현한 지도 어느새 6개월이 돼 가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코로나19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는데, 그중 하나가 왜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덜 감염되느냐다.
또, 노인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코로나19 치명률이 높고, 남성은 여성보다 취약할까 하는 것도 있다.

이런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뛰어들었고, 연령·성별·습관 등을 코로나19 감염률·치명률·증세와 연관 짓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가 자리 잡고 있다.
쏟아져나오는 논문들 대부분은 ACE2가 많으면 코로나19에 더 잘 감염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ACE2는 사람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효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ACE2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앤지오텐신 전환효소 2(ACE2)






못처럼 생긴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이 ACE2가 악수하듯이 결합하고 서로 끌어당기면서 바이러스를 세포 속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ACE2를 바이러스 수용체라고도 한다.
바이러스 수용체가 많으면 그만큼 바이러스가 잘 침투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어린이는 바이러스 수용체 적게 생성



지난 20일 에콰도르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안은 여성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이 잘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더라도 증세가 심하지 않다는 보고가 많다. AP=연합





20일(현지 시각) 미 의사협회 저널(JAMA) 온라인판에는 '어린이와 성인 비강에서의 ACE2 유전자 발현'이란 논문이 실렸다.

미국 뉴욕 마운틴 사나이 아이칸 의대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4~60세 사이 30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성인과 비교하면 어린이의 경우 비강 세포에서 ACE2 유전자가 적게 발현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25세 이상 성인과 비교하면 ACE2 유전자가 평균 20% 이상 적게 발현된다는 것이다.
10~17세 청소년의 경우도 성인보다 유전자가 10% 정도 적게 발현됐다.

ACE2가 유전자가 적게 발현되면 ACE2 숫자도 적고, 결과적으로 바이러스 침투 경로도 줄어 덜 감염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코로나19 확진자의 2% 미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어린이들이 성인보다 사회 활동이 적기 때문에 감염 사례가 적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286명을 조사한 중국 논문에 따르면, 어린이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들보다는 감염률이 낮지만, 성인(30~49세)보다는 절대 낮지 않다는 것이다.

또, 어린이의 비강, 즉 상기도(上氣道)에서는 ACE2 발현이 적더라도 하기도(下氣道)에서는 양상이 다를 수도 있고, 하기도에서 ACE2 유전자 발현이 적을 경우 오히려 코로나 19 증세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스웨덴 연구진은 면역 기능이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이는 성인과 면역 체계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주장도 내놓은 바 있다.

나이 들면 '악화' 유전자 발현 증가



지난달 13일 미국 뉴욕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노인 환자를 옮기고 있다. 노인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일부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증세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AP=연합





코로나19 환자 중에서도 고령 환자는 증세가 심하고 치명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평균 치명률은 21일 현재 2.37%이지만, 고령일수록 가파르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30∼50대의 치명률은 모두 1% 미만이지만, 60대에선 2.78%, 70대에선 10.88%, 80세 이상에선 26.12%로 치솟는다.
이 같은 사정은 외국도 큰 차이가 없다.

고령자의 경우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19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폐나 심장 조직에서 분포하는 ACE2 양이 젊은 연령대보다 더 많기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하지만 지난달 초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팀은 "20대부터 70대 사이에서는 나이와 ACE2 유전자 발현 사이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신 예일대 연구팀은 폐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RNA(리보핵산)의 종류와 양, 즉 전사체 프로파일(transcriptome profile)을 파악해 연령대별로 비교했다.
전사체 프로 파일은 세포 내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고, 어떤 단백질이 얼마나 만들어지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RNA로부터 나이를 먹으면서 더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 그룹(643개)과 더 적게 발현되는 유전자 그룹(642개)으로 구분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 중에는 혈관 평활근 수축과 관련된 유전자도 포함됐다.

혈관 평활근 수축 관련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면 고혈압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 고혈압을 가진 코로나 19 환자가 중증 호흡기 장애를 더 많이 일으키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비율도 높았다는 보고도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에 비춰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발현되는 일부 유전자 때문에 고령자가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특히 일부 유전자는 세포 내 코로나 19 바이러스 복제를 증가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이 취약한 건 호르몬 탓일까



지난달 3일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휴대폰을 들어보이며 코로나19 환자의 화상 통화를 돕고 있다. AP=연합





해외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을 보면 코로나 19 확진자 가운데 남성·여성 비율은 남성이 약간 많지만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고, 치명률도 남성이 훨씬 높다.
국내에서도 남성의 치명률은 3%인데, 여성은 1.93%로 차이가 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지난달 공개한 논문에서 손 씻기 등을 덜 실천하기 때문에 남성이 코로나 19에 더 취약할 수 있고, 기저 질환 탓에 증세도 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근본적으로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 때문에 코로나 19 감염에 취약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X염색체를 두 개를 가지고 있지만, 남성은 X염색체가 한 개뿐이다.

에스트로젠이 X염색체 유전자를 조절할 때 여성은 적절히 조절되는 반면 남성 입장에서는 에스트로젠이 과다한 수준이어서 해당 유전자가 아예 발현이 안 되고, 이로 인해 감염에 취약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예일·하버드·캘리포니아대학 등 연구팀은 지난 12일 공개한 논문에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연구팀은 ACE2를 조절하는 약품을 훑어본 결과, 안드로젠 수용체를 저해하는 약품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안드로젠이 많으면 ACE2가 많이 발현돼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비정상적인 안드로젠 상태가 심장 손상 등 심각한 증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남성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수성이 높은 이유가 안드로젠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안드로젠 수용체를 저해한다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가설…추가 연구 필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어 국내 방역당국도 지난달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포함시켰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흡연부스 모습. 뉴스1





연구자들은 또 흡연자들이나 비만한 사람의 경우 코로나 19에 훨씬 취약하고, 증세도 심각하다고 말한다.

흡연 습관이나 비만인 경우 다른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면역도 변형되거나 저하돼 있을 수도 있다.
또 이런 조건 탓이 ACE2 발현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다양한 연구 결과를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현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고 논문에서 주장하는 내용도 '가설'에 불과하다.
대유행을 일으킨 코로나19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검증이 채 안 된 논문들도 인용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19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더 많은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대해 체계적인 검증도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에 유행했던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논문이 지금까지도 계속 발표되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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