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국적 불명의 요리 ‘너도 마늘쫑’

함 들어오던 날이었다. 예전엔 이 날이 결혼식날 만큼이나 즐겁고 큰 행사였다. 온 동네 사람들이 구경 나왔었다. 얼굴에 오징어 가면을 쓰고 함을 짊어진 신랑 측 친구를 위시한 함잡이들과 실랑이 하느라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발걸음 옮길 때마다 돈 봉투가 필요했다. 간신히 아파트 입구까지 와서도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왔었다. 엄마가 현관 문 앞에 바가지를 엎어 놓으시고 가장 두툼한 봉투를 건네니 함잡이가 발로 질끈 깨고 들어오면서 그 실랑이가 마무리 되었었다. 그 때 엄마의 한복 입은 사진을 보니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으시다.

부모님이 함을 받고 절을 받은 후 모두 함께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매 타작 게임’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아버지는 한 말씀 하시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하셨다.

“사위 자식은 개자식이다!”

워낙에 달변가이기도 했지만 그 첫마디의 임팩트가 커서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들 엄숙한 경청 모드로 들어갔다.

“흔히 ‘개자식’이라고 하면 욕인 것 같지만 여기서 ‘개’는 개새끼 할 때 그 개가 아니다. 산에 가면 ‘개살구’라는 게 있는데 그게 진짜 살구는 아닌데 ‘나도 살구이고 싶다’는 뜻으로 ‘개살구’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그러니까 ‘개살구’는 ‘나도밤나무’란 이름과 같이 ‘나도 살구’란 의미다. 그러면서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로 말씀을 이어 가셨다.

“율곡 이이가 어릴 때 스님이 관상을 보며 얘기하길 이 아이에게 공을 들여야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니 산에 백 그루의 밤나무를 심으라고 그 아버지에게 얘기했단다. 아버지는 시킨 대로 산에 밤나무를 심었지. 어느 날 호랑이가 율곡을 잡아먹으려고 밤나무 숲에 와서 세어보니 백 개에서 두 개 모자란 98개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밤나무 옆에 있던 나무가 놀라서 ‘나도 밤나무’야 하면서 옆에 있던 친구 나무에게 ‘너도 밤나무’지 해서 총 백 그루를 채워서 호랑이를 속여 돌려 보냈지. 그래서 율곡(栗谷)은 밤 율자를 썼단다.”

그러면서 ‘사위 자식 개자식’이란 말은 아버지에게는 ‘너도 자식’이고 사위로서는 ‘나도 자식’인 관계이니 앞으로 결혼하면 장인 장모를 친부모로 알라고 말씀하셨다.

지난 주 아스파라거스를 싸게 팔길래 세 묶음을 사와서 고민하다 ‘마늘쫑 장아찌’를 검색해서 그대로 따라 해 봤다. 싱싱한 마늘쫑은 여기서 구할 수 없고 생긴 것과 질감이 서로 비슷하니 한번 시도해 본 것. 오늘 아침 ‘아스파라거스 장아찌’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고추장 양념에 마늘쫑을 무치듯 만들어 봤다. 아스파라거스의 향이 살아있는 새콤달콤한 맛이 그만이었다. 이 국적없는 요리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 고민하다 ‘너도 마늘쫑’이라고 이름지었다.

하다 못해 요리 하나를 만들면서도 아버지 말씀이 문득 생각나는데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내가 했던 어떤 말을 기억할까 나를 돌아 보는 아침이다.

김지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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