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살해' 계부의 학대 대물림···둘째아들 일기엔 "괴물 아빠"

[사건추적]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27)가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인천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당시 10살 A군은 부모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게 됐다. 이후로 성장 과정은 아버지로부터 구타·학대의 연속이었다.

성인이 된 A씨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B씨의 이혼을 도우면서 그의 두 아이까지 돌봤다. B씨가 남편과 갈라선 2016년 12월 A씨와 B씨는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 B씨는 “첫째 아들(당시 3세)을 폭행하고 방치했다”며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떠났고 B씨는 여성쉼터에 입소했다. 임신한 상태였던 B씨는 한 달 만에 자진 퇴소해 A씨의 거주지로 돌아왔다. 같은 해 8월 A씨와 결혼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아이들과의 접촉이 1년간 제한됐다.

“잘 키우겠다”는 거짓말



중앙포토






지난해 7월 접근금지 기간이 끝나자 A씨는 아이들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부모 손에서 자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씨가 지속해서 부모교육을 받고 사후 관리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잘 키우겠다”며 아이들을 데려간 A씨는 “지방에 있다” 등의 이유로 보호기관의 연락을 피했다. 그러는 사이 학대가 다시 시작됐다. 첫째 아이가 자신의 잘못된 어린 시절을 닮았다고 생각한 그는 이를 부정하고 싶었다.

지난해 9월 그는 첫째 아이에게 하루 한 끼만 제공하거나 음식을 전혀 주지 않는 등 방치하면서 목검으로 수백 차례 때리는 등 폭행을 시작했다. 아이를 때리지 않을 때는 기르던 개와 함께 화장실에 가두기도했다. 이를 둘째 아이와 셋째 아이에게 지켜보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도 했다. 이 모든 게 그에게는 '훈육'이었다.

계속된 학대로 첫째 아이의 체중은 급속히 줄었다. 머리 내부 혈액이 눈 주변으로 내려와 짙은 멍처럼 보이는 일명 ‘배트 사인’도 나타났다. 그런데도 케이블 타이와 털실로 아이를 묶은 뒤 방치하는 등 학대를 지속했다. B씨가 “아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다. 9월 25일 오후 10시쯤 탈진한 아이는 복부 손상으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아이에게 책임을 씌우면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재판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 측은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신고하고 응급조치했다”며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고 미필적으로라도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훈육보단 분노 해소 학대”



인천지법 전경. 심석용 기자





검찰에 따르면 첫째 아이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지난해 8월 학대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언어발달도 지체됐다. 재판부는 A씨가 계부로서 아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자신의 범행 장면을 다시 보지 못할 정도로 학대를 지속한 점을 지적했다. A씨가 훈육보다는 감정 해소를 위해 아이를 학대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A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동기, 흉기 종류, 공격 부위 등을 봤을 때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A씨가 아이의 사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학대와 이혼으로 상처받은 것이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부부의 둘째 아들은 보육일지에 ‘아빠가 괴물이 됐어요. 엄마도 괴물이 됐어요’라고 적는 등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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